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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병원 첫삽, 건우와 아빠는 드디어 웃었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오랜만에 만난 건우아빠 김동석(48,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씨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다. 오는 12월 대전광역시에서 국내 최초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첫 삽을 뜨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건우아빠의 호소 "중증장애아들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 지자체 공모'를 통해 대전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건립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당시 150억 원 규모였지만 지자체인 대전시와 모 기업의 후원으로 사업규모가 400억 원대로 커졌다.

45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서구 관저동 일원에 지하 2층, 지상 5층, 70병상 규모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2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전시가 충남대병원에 위탁해 운영을 맡는다. 병원이 문을 열면 건우와 같은 중증 장애아들도 재활치료와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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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는 2살 때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고 중증장애아가 됐다. 건우아빠는 아들의 치료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건우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건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건우아빠가 총대를 메고 나섰고, 이번에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23일 충남교육청을 방문한 김동석씨를 만났다. 법률 정비 등 여전히 과제가 많지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현실화하 있는 것은 그 자체로도 '기적'이고 희망적인 일이다. 그래서 일까. 건우아빠는 인터뷰 사진을 찍으면서도 오랜만에 밝게 웃어 보였다. 그의 말처럼 그도 '웃을 줄 아는' 이 시대의 평범한 아빠였다. 

"예산지원 위한 법령 정비 필요"

- 오늘 충남교육청에는 어떤 일로 온 건가.
"오는 12월 22일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기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김지철 교육감에게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왔다. 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라는 책도 나왔다. 책도 전할 겸, 겸사겸사 들렀다."

- 장애아들과 부모들에게도 코로나19 상황은 녹록치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코로나 상황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요즘은 우리 장애아 부모들이 평소에 경험하는 격리나 단절과 같은 상황을 전 국민이 모두 겪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물론 장애아 부모들은 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가거나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건우는 올해 딱 한 번 밖에 산책을 하지 못했다. 병원과 집만 왔다가 갔다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공사 등의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첫 삽을 뜨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건우)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조차도 내 힘만으로는 어려웠다. 내색은 못했지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착공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솔직히 무섭고 두려웠다. 건우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실 건우를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올 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었고, 큰 힘이 됐다. 언론과 방송, 정치인들도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좀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당신의 말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기적이라고 말했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현실이 되고 있다. 건우가 늘 함께해 주었고,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같은 꿈을 꾸고 노력하다보니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 그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건우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건립된다는 것을 알고 있나. 건우도 좋아했을 것 같다.
"건우에게도 얘기를 해주었다. 말로 표현은 하지 못하지만 건우가 이야기를 듣고 씩 웃어 보였다. 건우에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 자체도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됐다. 이야기를 듣는 건우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 최근 박범계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관련 입법과 예산 처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떤 의미인가.
"현재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지원 법률이 제정돼 있지 않다.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꾸준한 예산지원이 가능하다. 국회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률을 제정해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관련 예산 편성의 근거를 마련하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미 19대와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사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에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혹시 전할 말이 있나.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확정됐을 때 어느 장애아 부모는 '대한민국이 드디어 우리 아이를 국민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컥 눈물이 났다. 이제는 우리 건우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인정받는 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아이가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때 정부와 국가에 대한 서운함이 없지 않았다. 우리 (중증장애아)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계속 바라만 봐야 했고,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다. 정부가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재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좋겠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혹시 있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건립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 특히 대전·충남지역의 시민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일일이 찾아뵙고 고마움을 전할 수는 없지만, 장애아 부모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96080&fbclid=IwAR1tIMoxOLEoETAcNYizP51RNhnlgjVeMaMV-pEWQFNVR800UDAy_bk1U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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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김동석

등록일
2020-11-25 11:53
조회
1,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