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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아빠의 토닥토닥] 건우의 기적

김동석 토닥토닥 대표
          
                 
     

건우는 중증중복장애가 있는 13살 어린이입니다. 2살 때 사고로 뇌병변장애 등이 생겼습니다. 사지마비 상태이고, 음식을 위로 직접 투여하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건우는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면 신체와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치료를 중단할 수 없어 학교도 다니지 못합니다. 건우가 만나는 세상은 병원과 집이 전부였습니다. 건우에게 세상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둘러쳐져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건우아빠는 가족의 힘만으로 건우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역에서 재활치료받을 곳이 없어 1달 정도 집에 있자 신체 변형과 건강에 문제가 생겨 위험한 상태가 됐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떠나 재활난민으로 수도권을 떠돌았는데 병원마다 소아재활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꺼려했고, 정부는 무관심했습니다. 일본에 200개가 넘는 어린이재활병원이 대한민국에는 단 1개도 없었습니다.

건우가 사고 후 5년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때 건우의 등판에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붙어있었습니다. 아빠는 건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웠고 세상의 시선이 두려웠습니다. 아빠는 휠체어를 밀고 엄마는 건우의 손을 잡고 함께 뛰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건우는 처음으로 빠른 속도와 흔들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땀범벅이 됐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건우의 마라톤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시청, 보건복지부, 국회, 청와대로 이어졌습니다. 건우는 언론과 방송 앞에서 수없이 자신의 상태를 얘기하며 호소하는 아빠를 지켜보았습니다.

2014년 건우와 함께 뛰는 시민들이 1000여 명이 됐습니다. 2015년 4월엔 시민들과 함께 제1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적의 마라톤’이 개최됩니다. 지역의 국회의원들과 시의원들이 장애어린이 가족에게 희망의 날개가 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해 7월 사단법인 토닥토닥이 창립됐고, 10월에는 국회에서 ‘지방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건우법)’이 발의됩니다. 2016년 대전세종충남을 중심으로 지역 방송국과 함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적의 새싹 캠페인이 진행되며 가수 윤도현 등의 응원과 참여가 확대됩니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님이 건우를 찾아와 만났고, 건우의 이름을 부르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임기 내 완공을 약속합니다. 이후 이 약속은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가 됐습니다. 2017년 보건복지부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은 다시 한 번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했습니다. 2018년 7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대전 건립이 확정됩니다. 지난해엔 공공어린이재활센터 전북, 강원 건립도 확정됩니다.

드디어 2020년 대한민국 최초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대전에서 착공합니다. 이제 건우네 가족은 압니다. 함께하면 건우도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뛰면 기적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하지만 건우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재활 수요 왜곡을 기본으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규모가 축소됐고, 건립예산은 비현실적으로 적고 운영비 지원은 불확실합니다. 오늘날 전국에 있는 건우의 생명을 지키려면 권역별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적정한 규모와 예산으로 건립돼야 합니다. 운영비를 국비로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소아재활치료 확대를 위해 소아재활 수가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이동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중증장애어린이에게 방문물리치료도 시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과 조례 제정도 필요합니다.


이제 21대 국회가 시작됩니다. 지난 국회에선 열악한 어린이재활치료 실태에 대한 조사 요구도 없었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비현실적인 건립 예산은 검토되지도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고 100대 국정과제이기도 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제대로 이뤄지고 장애어린이들의 생명을 지키려면 국회의 역할이 너무 중요합니다. 이번 국회에서는 지난 국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던 장애인가족들의 아픔을 토닥토닥 해주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하며 한 말이 있습니다. “건우야 어때?”

어찌 보면 동화 같은 ‘건우의 기적’이 대한민국의 희망으로 마지막 장을 넘기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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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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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김동석

등록일
2020-04-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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