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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속도 못 내는 '대통령의 약속'-경향신문

“임기 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완공하겠습니다. 건우야 어때?”

국내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가시화된 계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대전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약을 발표하며, 발표장에 함께 있던 중증장애아 김건우군(11)을 바라보고 ‘건우야 어때’라고 물었다. 이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사업 추진의 발판이 마련됐다.

아직 국내에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한 곳도 없다. 소아재활의료기관이 없어 다른 지역을 떠돌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재활 난민’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건립 취지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아동에게 치료뿐 아니라 돌봄과 교육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 인색한 정부 지원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인색한 재정 지원이 하나의 요인이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용으로 1곳당 78억원의 국비 지원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50병상 규모로 병원을 지을 때 모두 156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50%를 국비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복지부 공모에 선정돼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인 대전시의 경우 당초 60병상 규모로 병원 건립안을 마련해 시비 189억원과 국비 78억원 등 267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공모 선정 후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전체 건립비용은 34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후 넥슨재단이 100억원을 기부하고, 장애아 가족의 요구를 반영해 병원을 70병상 규모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최종적인 건립비는 447억원이 됐다. 결국 국비 지원액은 전체 건립비의 17.4%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봐도 정부가 2022년까지 전국에 3곳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과 6곳의 재활센터를 건립하는 데 지원하기로 한 예산은 모두 450억원이다. 병원 1곳 건립비밖에 안되는 금액이다. 정부 계획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조적으로 적자가 예상되는 병원 운영비도 문제다.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운영비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민간 기부로 2016년 문을 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개원 이후 매년 30억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 대전시도 공공병원 건립 이후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예상한다.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운영 적자는 모두 지자체 몫이 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병원 건립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올해 상반기 경남권과 전남권을 대상으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을 공모했지만 신청한 지자체가 없어 무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자체에서는 정부에 건립비 추가 지원과 운영비 지원을 요구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일반적인 복지 사업과 비슷한 수준에서 50% 정도는 국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 2곳도 공모했다. 재활의료센터 1곳당 국비 지원액은 36억원(지자체 부담 36억원)이다. 공모는 대구와 경북, 강원, 충북, 전북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신청 지자체는 강원과 전북 2곳밖에 없었다. 정부는 2021년까지 한 해 2곳씩 4곳의 재활의료센터를 추가 공모할 예정이지만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대상지 중 1곳인 충북도는 건립비 부담과 운영 적자 등을 이유로 정부 공모를 신청하지 않겠다는 방침이고, 경북에서는 장애인단체 등이 병원이 아닌 센터 건립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상반기에 공모가 무산된 어린이재활병원 2곳도 재공모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국비 지원 계획에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립비는 이미 확정돼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정해진 예산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공공병원 어떻게 건립되나

정부가 계획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30개 입원병상과 낮병동 20병상 등 50개 이상 병상과 하루 50명의 외래진료가 가능한 규모를 갖추고 권역 내 거점병원 역할을 한다. 재활센터는 20병상 정도의 낮병동만 갖추고 외래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충남권(대전·세종·충남)과 경남권(부산·울산·경남), 전남권(광주·전남) 등 3곳에 지어질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에 유일한 어린이재활 전문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병원과 비슷한 형태가 된다. 대전에 들어설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서구 관저동 6342㎡의 시유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1만5120㎡ 규모로 건립 계획이 세워졌다. 이곳은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등 3~4개 필수 진료과목과 입원병상 50개, 낮병상 20개 등을 갖추게 된다. 또 병원에서는 병원학교와 돌봄교실, 재활체육시설과 부모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병원은 시립병원 형태로 충남대병원이 운영을 맡는다.

이런 형태의 병원이 앞으로 공모를 거쳐 경남권과 전남권에 각각 1곳씩 2곳 더 지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강원·경북·전북·충북권에는 각각 1~2곳씩 모두 6개 어린이재활센터가 들어선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활의료 서비스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도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공급을 늘리기 위해 소아재활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화하는 시범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동석 “정부 의지 부족으로 쪼그라든 계획… 장애아동들, 불량 장난감 받은 심정”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시민 TF’ 상임대표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약속해 기대하고 있는 아이가 불량품을 선물받으면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대통령이 건우 이름을 빌려 장애아동들에게 약속한 일입니다.”

김동석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전국 시민 TF연대’ 상임대표(사진)는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계획에 대한 우려를 이렇게 표현했다. 김 대표의 아들 건우군(11)은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아다. 아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전국을 떠돌며 ‘재활 난민’이 돼야 했던 김 대표는 2014년부터 대전에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운동을 벌이며 병원 건립 추진의 산파 역할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김 대표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국정과제에 포함될 당시만 해도 장애아 가족들은 전국 9개 권역에 적어도 100병상 규모의 병원이 건립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 정도는 돼야 재활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은 쪼그라들었다. 그는 “결국 병원 3곳과 외래 중심의 센터 6곳으로 계획이 축소됐는데, 그런 규모로는 치료와 교육, 돌봄이 같이 가는 제대로 된 재활병원을 만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을 원인으로 꼬집는다. 그는 “장애아 가족이 고통받아온 건 병원들이 돈이 안되는 치료를 기피해왔기 때문인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소아재활의료체계를 새로 구축하는 기회”라며 “더 이상 아픈 아이들을 난민으로 만들거나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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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19100806031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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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김동석

등록일
2019-10-08 09:4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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