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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님, 대한민국이 장애아동도 살만한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새 정부에 바란다’ 특별기고] 5. 김동석 비영리단체 (사)토닥토닥 대표
24만 7077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득표 차다. 그만큼 치열했고 뜨거웠던 20대 대선이 끝이 났고,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에 모든 관심과 눈이 쏠려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 영·유아, 교육 단체·기관 측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기자 말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대한민국 대통령님께 중증장애어린이 건우가 삶으로 말합니다.

한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가장 무서웠던 생각은 ‘혹시 우리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까?’였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의 손가락 10개와 발가락 10개를 다 세어주실 때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건우는 2살 때 사고로)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부모 때문인가 싶어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용기 내어 병원을 찾아갔는데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이게 다였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맘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이 부모들을 수소문했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친 것들이 너무 아쉽습니다. 
▶장애발견 초기 통합정보(치료, 교육, 돌봄, 장애인복지 등) 전달 및 코디네이터 필요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데 갈 수 있는 병원이 지역에 없었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병원에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순서가 되어 재활치료를 받아 조금 나아지고 있는데 3개월 됐다고 퇴원하라고 합니다. 다시 대기를 걸고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객지에서 엄마와 아이는 ‘재활난민’으로 떠돌아다녀야 했습니다. 병원은 수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피하고 정부는 모른 척했기 때문입니다.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권역 내 어린이재활의료체계 수립, 재활병원 소아재활 지원, 적정한 소아재활 수가 마련

아이의 치료비와 병원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이것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아이에게 재활치료는 생명을 이어가는 필수치료이기에 평생을 이어가야 합니다.  
▶장애어린이 치료비 경감 대책 마련- 산정 특례 등

엄마는 아이와 떠돌며 병원 생활을 하면서 어디서 잠시 쉴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눈치 보며 빨래를 하고 간이침대에서 생활하며 몸은 힘들어집니다. 아빠가, 형제가 아이를 만나러 와도 함께 있을 공간이 없습니다. 그저 아이와 엄마의 얼굴을 잠깐 보고 근처 모텔로 갑니다. 
▶어린이(재활)병원(병동) 내 가족돌봄센터 설립, 돌봄인력 배치

장애아이를 중심으로 돌보느라 비장애형제에게 자꾸 놓치는 일들이 늘어갑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입원 기간에는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상황은 더 힘들어졌는데 활동 보조를 받을 수 없고, 오로지 가족의 힘으로 버텨야 합니다. 한편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는 활동지원사를 지원받기도 힘듭니다. 
▶입원기간 내 장애인 활동지원사 허용, 장애인 활동지원사 직계가족허용 

아이가 병원에 오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콜택시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다 치료시간을 놓치기도 합니다. 무더운 여름 거리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치료를 위해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경우,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엄마는 운전해서 병원에 가는데, 주행 중 아이가 호흡곤란이 오거나 자세가 틀어지면 어찌할 줄 모릅니다. 그러다 사고 난 엄마와 아이도 보았습니다.
▶장애인 콜택시 지역 간 이동 서비스 제공, 치료목적 장애인 이동 대책 마련 

아이가 이제 만 6세가 되어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런데, 몰랐던 얘기를 듣습니다. 장애아동들은 만 3세부터 특수교육대상자로 의무교육대상자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치료를 중단할 수가 없습니다. 특수학교에선 아이의 썩션(빨아들이기)을 수시로 하고 자꾸 틀어지는 몸을 잡아주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응급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한 소식도 들어서 결단하기 어렵습니다. 치료도 교육도 다 필요한데, 무엇을 선택해야 합니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센터) 내 교실 의무화, 민간 소아재활 진료병원 내 교실 설치지원, 특수학교 내 치료사 배치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는 코로나 상황에서 병원을 가기가 더 어려워져 재활치료가 중단되었습니다. 집에서 엄마가 열심히 마시지도 하고 자세교정도 해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학교에 못 가는 아이를 위해 집으로 순회교육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해주시는 것처럼 치료사 선생님들도 집으로 오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증장애어린이 재택(시설)방문 재활의료서비스 제공

15살이 된 아이는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또래 아이들을 만난 게 전부였습니다. 아이에게 친구라는 말은 상관없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어제도, 오늘도 놀이터에 가지 못합니다. 
▶무장애 통합놀이터 건립 의무화

이 아이가 2013년부터 작년까지 청와대 앞으로, 보건복지부로, 시청으로, 거리로 나섰다는 것을 아십니까?
아이는 치료와 교육과 돌봄이 함께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바랐습니다. 정부는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임기 내 완공을 약속했지만, 돈 문제로 병원 건립은 축소되었고 연기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되는 대전·충남권 병원은 개원 전부터 공공성이 퇴색되었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어린이에 대한 시혜입니까? 아니면 국가의 의무입니까? 장애어린이가 생명과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은 시혜입니까? 이들의 권리입니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제대로 된 건립은 국가의 의무

내 아이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 줄은 몰랐습니다. 대통령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한민국이 건우도 살만한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대표는 열다섯 살 중증장애아동 건우의 아빠다. 건우는 두 살 때 사고로 뇌병변 1급 장애를 갖게 됐다. 사지가 마비된 상태로 말을 할 수도, 걸을 수도 없으며, 음식은 위로 직접 투여하고 있다. 2018년 7월 9일부터 8일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1004배를 하기도 했다.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은 건립은 문재인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 중 42번 공약이다. 토닥토닥은 지난 2013년 대전에 사는 장애아 가족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대전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위해 시민 모임 형태로 출발해 이후 2015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Tag#어린이재활병원#토닥토닥#장애아동#새정부에바란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출처 :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631&fbclid=IwAR2xfnX0TNxEZRiQ-bM_P7DAFoMueJLELoiXCEPuQJNf5jiPa_O0c7ByR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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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김동석

등록일
2022-03-22 14:24
조회
631